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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테라피

아로마테라피 에센셜 오일의 추출법 (1): 수증기 증류법

by 금침수정 2023. 7. 17.

1. 아로마테라피 에센셜 오일의 추출

 

아로마테라피에서 활용되는 에센셜 오일은 식물이 자라는 장소의 기온, 토양의 질, 일조량 등에 영향을 받는데, 이러한 조건들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오일의 향기는 해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같은 품종의 식물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조건의 차이가 아주 큰 환경에서 자라나면 완전히 별개의 오일로 취급한다. 식물학적으로는 같은 품종이지만 서로 다른 별개의 오일로 취급하는 경우를 케모타입(chemotype)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특히 꿀풀과 식물의 경우에 매우 흔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타임과 로즈마리를 들 수 있다. 타임의 화학 성분으로는 티몰, 카바크롤, 리나롤, 제라니올, 알파테트피닐아세테이트, 튜야놀이 있고, 로즈마리의 화학 성분으로는 캠퍼, 버베논, 시네올 등이 있다. 타임, 로즈마리처럼 케모타입이 있는 경우에는 학명 뒤에 해당 케모타입에 특히 많이 함유된 성분명을 표기하여 케모타입의 종류를 구별한다.

 

아로마테라피에 활용되는 에센셜 오일이 추출법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은 부위에 따라 방향 성분이나 에센셜 오일의 함유량이 다르다. 따라서 식물의 어떤 부위에서 어떤 방법으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할지 여부에 따라 오일의 생산량과 가격이 좌우된다. 그리고 식물의 생장주기 중 어느 시기에 식물 원재료를 수확하는 것이 품질 좋은 에센셜 오일 생산에 적합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식물의 휘발성 오일 성분이 시기, 식물의 잎의 크기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저먼 카모마일은 가을보다 봄에 파종할 경우 에센셜 오일의 함량이 훨씬 더 크다. 세이지 오일에 함유된 알파투존은 세이지의 수확 시기에 따라 함유량이 다양하다. 페퍼민트 오일의 멘톨, 멘톤 및 플레곤의 비율도 페퍼민트의 수확 시기에 따라 다양한 변화 양상을 보인다. 페퍼민트가 개화하기 전에 수확하면 페퍼민트 오일의 멘톤, 플레곤 성분이 풍부해지지만, 개화한 후에 수확하면 페퍼민트 오일의 멘톨 성분이 더욱 풍부해진다. 생산지의 해발 고도에 따라 에센셜 오일의 향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라벤더 오일의 경우, 라벤더가 자라나는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일의 주요 성분인 리나릴아세테이트의 함유량이 증가하고, 달콤한 향기가 두드러지며, 진정 효과도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에센셜 오일의 추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추출법으로는 증류법, 압착법, 냉침법, 이산화탄소 추출법, 용매 추출법 등을 들 수 있다. 어떤 추출법을 사용할지 여부는 재료의 특성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어, 레몬, 스윗오렌지, 그레이프프루트, 버가못 등의 시트러스계 에센셜 오일은 단순히 짜거나 압착하는 방법으로 추출하는데, 감귤류 과실의 껍질에서 추출하는 오일은 열에 매우 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트러스계 에센셜 오일은 열을 가하지 않는 압착법인 냉압착법 방식으로 추출된다. 로즈, 자스민 등 고가의 꽃 종류에서는 용매 추출법을 많이 활용하여 에센셜 오일을 추출한다. 라벤더, 로즈마리, 바질, 페퍼민트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에센셜 오일 중 80~90%가량은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추출된다.

대부분의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수증기 증류법은 압착법과는 달리 열을 이용한다. 뜨거운 수증기를 활용한 증류법은 5,000년 전부터 에센셜 오일 추출을 위해 이용된 방식이었으나, 10세기 말에 아랍의 의사인 아비세나(Avicenna)가 이 방법을 재발견할 때까지 한동안 잊혀져 있었다. 오늘날 이용되는 수증기 증류법은 대량화, 기계화되는 방식으로 개량되기는 하였으나, 아비세나가 장미에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기 위하여 고안한 방식과 근본 원리는 동일하며, 아비세나 이후 에센셜 오일 추출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아비세나가 재발견한 수증기 증류법은 십자군 전쟁과 몽고, 터키의 침략 등으로 인하여 다시 잊혔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잠시 되살아나서 널리 이용되었다. 그러나 19세기부터 화학적 방식을 통해 제조된 의약품을 이용한 질병 치료가 의학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수증기 증류법은 다시 쇠퇴하였고, 최근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다른 에센셜 오일보다도 추출 비율이 높은 편인 라벤더의 경우 1kg의 식물로 10~30g을 추출하며, 동일한 무게의 식물에서 제라늄은 10~20g, 시나몬은 0.25~0.3g, 로즈는 0.2~0.5g, 멜리사는 0.15~0.2g가량 추출된다. 반면 유칼립투스는 1kg의 식물로 100g까지 추출된다. 이처럼 식물마다 오일의 추출 비율이 다양하여, 추출 비율도 에센셜 오일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일이 적게 추출되는 식물일수록 해당 에센셜 오일이 고가로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2. 아로마테라피 에센셜 오일 추출법: 수증기 증류법 (steam distillation)

 

식물의 줄기, , 꽃 등을 바로 수확한 상태에서, 혹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서 약간 말린 상태에서 수증기를 이용하여 오일 성분을 증류하는 추출법이 수증기 증류법이다. 이는 로마 시대에 개발된 오일 추출법으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현대에는 그 규모가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복잡해졌으며 공정도 기계식으로 개량되었으나,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수증기 증류법은 여러 추출법 중 가장 경제적으로 대량의 에센셜 오일을 추출할 수 있게끔 해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에센셜 오일 중 약 80%가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추출된다.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줄기, , 꽃과 같은 식물 원료를 증류기에 넣고 수증기를 불어 넣어서 가열한다. 그러면 수증기의 열로 인해 식물의 세포가 파괴되고, 그 세포 속에 함유되어 있던 에센셜 오일이 수증기와 함께 증발하여 기계의 위쪽에 있는 튜브로 들어간다. 오일을 함유한 채 이 튜브를 거친 수증기는 이후에 냉각 작용을 하는 외부관(냉각 코일)을 통과하는데, 여기에서 에센셜 오일과 수증기는 함께 응축되면서 액체 상태가 된다. 최종 단계에서는 물보다 비중이 작아 물의 위쪽에 떠 있는 에센셜 오일을 분리한다. 냉각 코일을 통과하면서 액화된 증류수는 에센셜 오일과 분리하는 단계에서 별도의 용기에 분류되는데, 이 증류수는 에센셜 오일이 약간 섞여 있어 플로럴 워터(hydrosol)라고 부르며 화장품 등의 원료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에센셜 오일과 분류된 플로럴 워터는 특히 에센셜 오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노약자나 임산부의 아로마테라피에서 에센셜 오일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플로럴 워터가 에센셜 오일보다 향이 더 좋고, 치료 효과도 더 뛰어날 수도 있다.

수증기 증류법은 단기간에 많은 양의 에센셜 오일을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에센셜 오일의 성분을 바꾸거나 제거하여 더욱 안전하거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버가못에 함유된 광독성 물질인 버갑텐은 압착법을 통해서는 그대로 추출되지만, 수증기 증류법을 통하면 이 성분이 없어져 버가못 오일의 광독성이 제거된다. 또한 저먼 카모마일의 성분 중 하나인 matricarinechamazulene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에센셜 오일 성분이 물과 열에 의해 분해될 수 있기 때문에, 고온에 불안정하거나 민감한 에센셜 오일의 특성을 감안하면 최대한 빨리 공정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단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단시간 내에 고온, 고압을 가하여 오일 성분을 한꺼번에 증류하면, 천천히 휘발되는 특성을 지닌 유효 성분이 아직 추출되지 않아 에센셜 오일의 향기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원리가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추출법이기도 하다. 양질의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열의 온도, 압력의 정도, 시간 등을 조절하는 것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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