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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테라피

아로마테라피의 역사: 고대, 중국, 이집트

by 금침수정 2023. 7. 7.

1. 고대의 아로마테라피

 

아로마테라피라는 용어는 프랑스 화학자 르네 모리스 가트포세가 1930년대에 처음 사용하였다. 그러나 심신 치유, 종교적 의식 진행, 화장, 요리 등의 여러 용도로 식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같은 시기부터였다고 볼 수 있다.

고대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식물의 즙을 활용했다. 또한 향기 나는 식물이나 나무를 태워 향을 맡기도 했는데, 이러한 향기를 흡입하면 자기 몸에 우주의 영적인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식물을 태워 연기를 내면서 하늘에 기도하면, 그 연기를 통해 기도가 신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도 여겨진다. 식물을 정제한 향유를 사원에 바르거나 발향하기도 했는데, 이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고, 제단에 바친 죽은 동물의 악취를 제거하고, 종교행사 때 악령을 내쫓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고대인들은 약효를 가진 식물에 신비한 힘을 지닌 자연의 혼이 있다고 믿었다.

 

인류 역사 상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던 아로마테라피

 

인류는 처음 훈향의 형태로 향유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향료의 어원이 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의 라틴어인 ‘perfumum’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미루어 보면, 아로마테라피는 훈증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인도에서는 백단이나 열대성 식물을 힌두교의 분향 의식에 사용하였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유향, 몰약을 훈향의 용도로 활용하였다.

원시인들이 향을 사용한 것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향을 사용하였는지는 당시의 벽화나 유물 등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이라크의 샤니다르유적에서는 약 6만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과 야로, 그레이프히아신스, 시니카 등의 식물 추출물이 발견되었다. 이들 식물의 공통점으로는 의학적 효능을 들 수 있으며, 당시의 원시인들도 오늘날처럼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꽃을 바쳤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기원전 5,5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 살던 수메르인들은 점토판에 처방전, 식물 이름, 약의 조제법 등이 포함된 치료법을 적기도 하였다. 아시리아에서는 200여 종의 약초를 의약, 화장, 미용, 종교의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 외 파키스탄의 북부 지방에서는 에센셜 오일을 증류하기 위해 기원전 5,000년 경에 도자기로 제작된 기계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2. 중국의 아로마테라피

 

고대 중국에서도 아로마는 침술, 마사지와 함께 질병 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기원전 4,000여 년경에 치료에 향을 활용한 기록이 의학 서적에 남아 있으며, 기원전 100년 무렵에 신농이 쓴 <신농본초경>에는 350여 종의 식물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또한 가장 오래된 중국의 의학서인 <황제내경>에는 생강 등의 향료 식물들에 대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황제내경>은 중국 전통 의학에서 문자로 기록된 의학서 중 가장 영향력이 크고 대표적인 것으로 손꼽힌다. 2,200년 전의 도교 이론에 기반한 전통과 생활 양식을 포괄적으로 기록한 책에 향료 식물들에 대해서도 기술되어 있다는 점은 그 시기에 아로마가 의학적인 용도로 상당히 널리 활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명나라 때 이시진이 편술한 <본초강목>은 중국의 전통 약에 대하여 백과사전식으로 담고 있는 책이다. <본초강목>은 중국 의학 역사상 가장 방대하고 완성도가 높은 의학 서적으로, 약용 성분이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식물, 동물, 광물 및 기타 물질의 목록을 작성, 분석, 설명하였다. 특히 중국의 전통이 아로마테라피에 가장 중요하게 기여한 바는 감귤류의 활용이다. 오늘날 아로마테라피에서 활용되는 감귤류 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며, 네롤리는 10세기에 아랍인들에 의해 중국에서 지중해로 전해졌다.

 

3. 이집트의 아로마테라피

 

고대 이집트는 토질이나 기후 등의 자연환경에 있어서 방향성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지역이었다. 그 결과, 나일강 근처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났고, 습지에는 연꽃, 파피루스를 비롯한 습지 식물이 번성했다. 이집트인들은 이 다양한 식물을 생활에 널리 활용했다.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부터 에센셜 오일을 의학과 약학, 방향, 미용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민족이며, 최초의 아로마 원료들은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발견되었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아로마를 포함한 향수와 화장품을 만드는 데 놀라운 숙련도를 보였다. 당시 인기 있는 향수였던 키피(Kyphi)는 미르, 시나몬, 쥬니퍼베리, 스파이크나드, 카시아, 샤프란, , 송진, 사이프러스 등 16가지의 재료를 섞어서 만들었다. 또한 이집트인들은 장례를 치른 후 무덤을 봉인하기 전에 각종 허브와 향유로 무덤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이는 망자가 기존의 육체를 빠져나와 인간으로 환생하게 되면 내세에 이러한 소유물들이 필요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인데, 그만큼 아로마 원료가 이집트인들의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문화를 상세하게 담고 있는 피라미드 내부 벽화에는 아로마로 마사지하는 그림, 질병별 아로마 마사지 부위, 아로마의 종류 등에 대해서도 묘사되어 있다. 기록에서는 귀족들은 인생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향유를 활용하였고, 평민들은 신체 면역력을 증진하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 코리앤더, 캐러웨이 등의 허브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1872년 이집트 테베 근처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는 기원전 2,800년 이집트 고왕국 쿠푸왕의 통치 기간에 아로마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기술되어 있으며, 기원전 2,000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파피루스에는 프랑킨센스, 머틀, 갈바눔이 어떤 질병에 치료 효과가 있는지 기술되어 있다.

미용, 음식 보존, 의료 등의 용도뿐 아니라 주술, 훈향, 미라 제작 등에서도 다양한 아로마 원료들이 활용되었다. 성직자, 제사장들은 에센셜 오일이 방부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시체를 보존하고 부패를 방지할 목적으로 에센셜 오일을 활용하였다. 에센셜 오일로 방부 처리한 시체를 미라(mirae)라고 불렀는데, 이는 강한 방부 작용을 하는 아로마 원료인 몰약(myrrh)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기도 하다. 1922년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굴되었을 때, 무덤 안에서는 향을 담은 항아리가 함께 발견되었다. 발굴 당시 이미 3,0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무덤 속 항아리에 담긴 향유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향유는 손에 묻으면 녹는 끈적한 고체에 가까운 물질이었는데, 이 향유를 이루는 성분 중 상당 부분은 유향과 몰약으로 추정된다. 제사장들은 이러한 향유의 비밀을 철저히 간직한 채 사람들에게 마법의 약을 처방하면서 치료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 사원들은 종교행사를 주관할 뿐만 아니라, 향유를 연구하고 실험하는 장소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였다. 이 당시의 사제들은 향유의 배합법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네페르티티, 네페르타리, 클레오파트라의 치세에서는 향유가 많이 발달하였는데, 과도한 향료의 사용으로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일부 파라오들은 계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향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로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러 문헌이나 벽화에는 그녀가 아로마를 미용 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해 왔음이 묘사되어 있다. 특히 시저가 죽은 후 그녀는 배의 돛을 통해 스파이크나드와 시나몬 향이 퍼져나가게 하여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했으며, 결국 안토니우스를 향으로 매료시킴으로써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이집트를 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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